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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Song 님 분량입니다.

 글쓴이 : Kuon Kuon

 




저녁이 되었다.

에델린은 해가 지고 나서야 기도를 멈추었다.  해가 지고나면 헬카네스

의 영역은 끝난다. 따라서 게덴도 더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급성환자들은 거의 치료가 끝났고  시민들은  모두 약을 먹거나 음식을

먹은 다음 편히 누워있었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했지만 기진맥진한 카알은 그런 인사도 받아줄 힘도 없는 모습이

었다. 거의 강제로  카알에게 저녁식사를 하도록 해놓고는 내가 그와 교

대했다.

환자들의 잠자리를 살펴보고 혹시 심각한 예후가  있는지 본다. 그리고

물수건을 갈아준다.  할머니 한 분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 내  손을

쥐었다. 검버섯이 피어난 가느다란 손가락에 아무런 힘이 없었다. 내 손

을 쥔다기보다는 그저 그 위에 얹어두는 모습이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할머니.”


그러자 그 할머니는 더 서글픈 표정이 되었다. 내가 뭘 실수했나? 잘못

한게 없는데? 그 할머니는 서글픈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여요? 난 23살이예요.”


난 기절할듯한 심정이었다. 아니, 이 주름살은? 그리고 하얗게 센 머리

카락은 어떻게 된거지?


”조로증이라든가요… 죽고 싶어요… 으흑!”


그 할머니 처녀는 펑펑  울었다. 나도 눈물이 솟구쳤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가장 아름다워야 될 나이에 노인이 되어버린 처녀에게. 나는 목메

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으실 거예요.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처녀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보이기도 싫다는듯이 시트를 덮어썼다.

너무 잔인한 병이군. 너무, 너무 처참하군.

나는 눈물을 닦으며  다른 환자에게 걸어갔다. 더 처참한 모습이  기다

릴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난 그들을 돌보고 있으니, 불안한 표정은 안되

겠지. 난 되도록 밝은 표정으로 거식증에 걸린  남자에게 저녁을 먹이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그 남자에게 먹인 양보다 내  옷에 토한 양이 더

많았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환자들을 대충 살피고 돌아왔다.

카알은 지쳐서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있었다.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있던 에델린도 거의 혼절할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신전  한쪽 벽에 기

대어 앉아서 숨을 쌕쌕거리고 있었다. 이루릴도 마찬가지로 지쳤겠지만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 이외에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스프를 접시에 담아 에델린에게 가져다주었다.

에델린은 말도 제대로 안나와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들게 스푼을

들었다. 그러나 스푼을 놀릴 힘이 없자, 에델린은 그냥 접시채 마셔버렸

다. 입이 크니 유리한 점도 많군.

터커는 크라일이라는  그 전사를 일으켜  앉혀 음식을 먹이고  있었다.

산욕열에 시달리던  부인께 음식을 먹이는 남편?  왠지 ‘수고했어요, 부

인.’ 이라고 말하면 어울릴 것 같다. 크라일은 역정을 부렸다.


”음식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 신경쓰지마.”


”알았어. 어, 그런데 펠레일은 어디 갔지?”


내가 대답해 주었다.


”부엌에서 먹겠다던데요.”


터커는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피식 웃어버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부

엌쪽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펠레일은 터커에게 귀를 잡힌채 끌려왔다.

터커는 펠레일에게 호령했다.


”자, 어서!”


펠레일은 처참한  눈초리로  터커를 바라보았지만 터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펠레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그

둘을 바라보기만  했다. 펠레일은  마치 싸움이라도 걸듯한  걸음걸이로

벽에 있는 에델린과 이루릴에게 다가갔다.

펠레일은 말했다.


”이, 이루릴 세레니얼양이시죠? 전 펠레일입니다. 마, 마법사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저, 말을 건 까닭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부, 불쾌하

셨을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 치료해주셔서 정말 가, 감사합니다.”


펠레일의 얼굴은 쥐어짜면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이루릴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야말로. 많이 놀라신 것 같더군요. 아까 비명을 지르시길래.”


”아, 제, 저의 그,실수입니다, 그것은. 너무 당황해서…”


”그런가요. 이해하겠습니다. 이제 당신과 전 친구인가요?”


”예?”


펠레일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의아해했고 난  미소를 지었다. 펠레일은

잠시 당황하다가 대답했다.


”어, 저, 예. 친구라는게 그러니까… 저, 은혜를 입었으니 당신은 제게

소중한 분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친구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거라면, 예.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참. 성기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난 뒤에 환자가 누워 있어 뒤로 쓰러지진 않았다.  샌슨은스프를 엎지

르고 말았고, 크라일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앉아서 꼬박꼬박 졸고

있던 카알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에델린은 갑자기 몸을 뒤로 빼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불쌍한 펠레일은 괜찮다는 뜻으로 적당히  우물

거린 다음 다시 부엌으로 달아나버렸다. 터커는 그  뒷모습을 멍한 표정

으로 바라보다가 이번엔 멍한 표정으로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이루릴은 경악에 휩싸인 우리를 보더니 질문했다.


”저, 왜들 그러시죠?”


사만다는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와서 질문했다.


”저 분, 원래 저러시니?”


”그런가봐요.”




저녁식사가 끝나고 다시 우리는 환자들에게 흩어졌다.

에델린은 종일 기도했으니 쉬라고 말하는 우리를 물리치고는 다시 환자

들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에델린이 나서니  간단했다. 에델린은 큐어 디

지즈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대충 치료해둔 환자들을 거의 완치시켰

다.

하지만  조로증에 걸린 그 처녀를 치료할 때는 에델린도 악전고투를 했

다.


”이런 끔찍한 병이…”


카알의 지식으로도 이런 병에는 무슨 처방을  써야될지 짐작도 되지 않

는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간다. 더 빠르게 늙어가는 것은 쉽

지만,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가?


과연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가?


에델린은 시간을 되돌렸다.


”전능한 신의  손길로  유피넬의 저울대에 걸린  헬카네스의 추를 내린

다. 법칙  안에서 만물을 감싸 포용하라. 포용함으로 법칙을  이겨내라.

리스토어(Restore)”


우리는 경이에 찬 눈으로 에델린과 그 처녀를 바라보았다.

처녀의 얼굴에 주름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에는 다시  통통하

고 보기좋은 살이 오르고 있었고, 시트  아래에서 실팍한 가슴이 솟아오

르고 있었다.  처녀는 자기 얼굴을  만져보았다. 처녀는 눈물을 쏟았다.

나도, 카알도, 샌슨도 눈물을 쏟았다.  터커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

었고 크라일은 거칠게 눈을 닦았다.


”허, 이것 참. 눈물 흘려본 게 얼마만이지?”


”에라이, 곰아. 이럴 땐 울어도 돼…”


터커의 말이다.  처녀는 펑펑 울면서 에델린에게  안겼다. 에델린은 그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처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내 등 뒤에 이루릴이 서 있었다. 이루릴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루릴의 미소는 좀 당황스러운 미소다. 난

의아쩍었다. 난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이루릴, 뭐가 잘못되었나요?”


”저 주문… 위험한 주문이군요.”


”예?”


”법칙을 깨는 주문이군요. 하지만  유피넬의 저울대는 길고, 끝이 없는

법. 처녀의 젊음이 되돌아왔다면, 어디의 누군가가 젊음을 잃었겠지요.”


이루릴의 평온한 설명을 듣다가, 나는 느닷없는 경악을 느꼈다. 누군가

가 젊음을 잃어?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에델린을 바라보았다.  트롤

의 얼굴에 나타나는 노쇠의 증거는 무엇일까?  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

간, 이루릴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루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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